전라도 광주에, 지금은 정확한 위치조차 가물가물 하지만 “라이브”라는 이름의 음악 카페가 있었습니다
대강 구시청사거리라고 부르던 곳의 주변이었다는 것만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보기 드물게 LD로 깨끗한 화질과 음질을 통해 대중음악 공연 영상과 뮤비를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미국 MTV Exclusive 시간에 나온 최신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카더라에 의하면 광주 지역 방송국에서 DJ로 활동하시던 소수옥씨가
본인만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미국에서 MTV 방송을 VHS로 녹화시켜서
한국으로 보내 라이브 카페에서 틀어주었다고 합니다.
차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카페다운 공간도 있었지만 거기는 음악이 크게 울리진 않았고
극장식으로 의자를 배열한 음악감상실이 있어서 거기에 가서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대중음악을 듣다가 신청해서 듣기도 하곤 했었죠.
87년 겨울부터 거의 날마다 여기 가서 살았습니다.
나중에 서울에 올라온 후에는 혜화동 로터리에 Heavy Metal이라는 곳이 비슷하다고 하여 가봤다가
규모와 음질에 크게 실망한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튼 거기서 참 음악을 많이 들었습니다.
대부분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곡들을 사람들이 신청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곡들을 많이 들었지만
가끔 신기한 음악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Rock 성향의 DJ가 담당하던 시간을 좋아했는데, 그 분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그 분에게 헤비메탈, 하드록 노래들을 신청하면 제까닥 틀어주곤 하셨죠.
이곳에 대한 기억중에 강렬했던 것은 이 카페가 이름답게 라이브도 자주 했습니다.
라이브를 하기엔 다소 좁은 곳이었지만요
이곳에서 만난 공연중 두 개가 기억나는데
하나는 스래시 메탈이 대세가 된 이후에 스래시 메탈풍으로 변신한 블랙홀의 무대였고
다른 하나는 가수 장혜진이었나 (아니면 장혜리?) 이 분이 대단한 신인가수 두 명을 소개하겠다고 올라왔는데
한 명은 변진섭, 다른 한 명은 최호섭이었습니다
시기상으로 따져보면 87년 말쯤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얼마 되지도 않아서 둘 다 잘되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곳은 장비도 아마 대단했을겁니다.
극장식 구조라 객석에만 앉을뿐 무대쪽에 나가볼 수가 없어서 정확히 확인은 못해봤습니다만
DJ 박스에 보이는 뒷벽 선반에 여러 앰프 종류들이 보였고
스크린 쪽에도 스피커가 여러 조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시선 강탈은 역시 오토그라프였습니다.
이게 덩치도 엄청 크기때문에 그 넓은 음악감상실에서도 당당한 체격을 자랑했습니다
실제로 뮤비를 틀어주는데 오토그라프가 사용되었는지조차 확인해 볼 수는 없었습니다만,
지금도 대부분의 곡들은 오토그라프가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거기서 들은 소리는 다른 스피커에서는 들어볼 수 없을 정도였거든요
설명하기는 좀 힘든데 예를 하나 들면 Damn Yankees의 High Enough라는 곡이 당시에 인기였습니다.
이 곡에서 Ted Nugent가 피킹 하모닉스로 중간중간에 액센트를 줍니다만
그런 피킹 하모닉스 소리는 다른 곳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오토그라프가 최고의 스피커로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입니다.
오리지널 오토그라프 정도 쓰시는 분들은
어쩌면 이 스피커 망가진다고 헤비메탈 따위는 못 틀게 하실 분들이지 않을까 합니다만
라이브 카페의 추억때문에 15평 이상의 울림이 좋은 공간을 만들어
거기에 오토그라프 오리지널을 설치하고 Rock 음악을 듣는게 제 로망입니다 ^^
이번에 미니어처 10인치 버전이긴 합니다만
철가방 공제 소식에 냅다 참여한 것도 위와 같은 기억이 아니었다면 없을 일이었겠네요
개인의 사소한 추억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